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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뉴스

차라리 게임이라도 못만들지... '배틀필드 5' 시연기

by Cicadakorea 2018. 9. 13.

 

 

 

 

전작에 비해 너무 가벼워졌다. 이건 배틀필드가 아니다. 유럽 전장에 일본도가 웬 말이냐. 트레일러 완전 똥이네 등 온갖 혹평을 받고 PC 논란에 휩싸였으며 (지금은 나갔지만) 개발사 대표가 트위터에 유저를 비하하는 글을 올리는 등 이슈가 겹치며 시리즈 사상 최악의 작품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는 배틀필드 5.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병사처럼"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시연 이후 Executive Producer인 Alexander Grondal과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말을 버벅거렸을 정도다.

 

 

 

 ▲ 여기서부터 세시간입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도 압도적 규모였다.

 

 

일단, 전투의 몰입감이 남다르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플레이어를 전장 한가운데로 이끈다. 정말로 병사가 된듯한 느낌이다. 사실 FPS 게임을 하면서도 앉기와 포복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슬라이딩 샷을 쓸 때나 할까. 그런데 여기서는 다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리에 앉고, 바닥에 누워 포복을 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FPS 게임을 하면서 총에 맞는게 무섭다고 느낀건 처음이다. 두려움은 긴장감을 만든다. 긴장감은 게임 플레이에 아주 좋은 조미료다. 죽이기 위해서와 죽지 않기 위해서가 뒤섞인 미묘한 감정 속에서 가능한 모든 플레이를 다 하게된다.

 

일단은 사운드다. 배틀필드5는 전장의 모든 소리를 담는다. 벽에 바싹 붙어 앉은 채로 걸어가다가 살짝 머리를 내밀었을 때 귀 옆을 스치는 총알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 총알이 벽에 박히며 내는 둔탁한 파열음은 사람을 소름돋게 만든다.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어디서 쐈는지 메아리쳐 울리는 발사음.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걸 알 수 있는 어지럽게 울리는 총소리가 현장감을 더한다. 수류탄이나 대포의 포탄이 떨어진 직후 먹먹해진 귀의 표현도 으뜸이다.

 

주변에 들리는 발소리.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소리. 탱크가 이동하는 소리 등 전장의 소음을 그대로 옮겨놨다. 소리만 들어도 저쪽에서 쓰는 총이 뭔지 자연스럽게 느낀다. 아 이건 저격총이구나. 이건 기관총이구나 처럼. 유난히 크고 둔한 저격총 소리가 전장에 울리면 아군과 적군을 막론하고 모두 숨는다. 어디서 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계속해서 전장 상황을 말해주는 인게임 안내 음성은 적당히 지직거려 실제로 무전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폭탄이 터져 건물이 부서질 때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파편을 밟고 지나가는 발소리, 바로 옆 아군이 총에 맞는 소리, 그리고 쓰러지는 소리 모두가 몰입감을 높인다.

 

 

 

 

 

 

다음은 그래픽이다. 배틀필드5의 그래픽은 굉장하다. 현실을 그대로 묘사했다는 느낌 대신,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는 도시와 차량의 모습의 최대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었으면 불편했겠지만, 게임이라는 인식 위에 다른 요소들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플레이어, 차량, 건물의 묘사가 뛰어나다.

 

하지만 일부러인지 적을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아군이나 같은 분대원의 경우 머리 위에 표시되는 작은 마커로 구별할 수 있지만 적은 아니다. 눈으로 구별해야 한다. 가끔 눈 앞을 지나가는 적을 그대로 놓치기도 한다. 적이 멀리 있거나 건물 안에 포복해 있거나 은엄폐물을 사용하고 있다면 더욱 찾기 힘들다.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없기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날아오는 총알에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도 굉장히 뛰어나다.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표현이다. 총알이 벽에 박힐 때 파편이 튀는 모습이나 눈앞에서 폭탄이 터질 때 일어나는 먼지, 물을 뚫고 들어오는 총알의 궤적처럼 환경적인 요소의 묘사가 뛰어나다. 전투 중 언뜻언뜻 번쩍거리는 총알의 궤적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뛰어가는 적을 맞췄을 때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서울 정도다. 이렇듯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디테일한 표현이 합쳐져 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내고 플레이어를 그 안으로 초대한다.

 

이런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 완벽한 전장이 구현된다.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는 탱크,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보병. 갑자기 수류탄과 연막탄이 터지고, 연기 저쪽에서 총성과 함께 날아온 총알에 앞서 가던 동료가 쓰러진다. 폭발한 탱크에서는 불이 나고 있다. 폭발로 부서진 벽을 지나 아직 남아있는 낮은 벽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적을 향해 연막 저편으로 총을 쏴댄다. 사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날아오는 총알에 쓰러진 동료를 일으키는것도 여의치 않다. 연기가 걷히고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 동료를 도와주러 가는 순간 골목을 메우는 저격총의 파열음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이게 실제로 시연 중 1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4인 분대 시스템도 각각의 역할을 크게 제한하지 않고 적당히 차별을 두는 선에서 잘 버무려냈다. 특히, 의무병이 아닌 다른 병과 플레이어도 아군을 살릴 수 있어 전장에서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Grondal PD는 이에 대해 "우리는 사람들이 조금 더 함께 하기를 원했다. 서로에게 더 기대고. 그래서 모두에게 동료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물론 의무병이 가장 빠르고 체력도 많이 채워주긴 하지만, 의무병이 없더라도 서로 힘을 합치면 도울 수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전장에 더 빨리 투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팀플레이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네 명이 서로의 기술이나 능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전장에서 믿을 수 있는 동료로서 움직이게 된다. 의무병이 없어도 게임 플레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혼자가 아니라 분대 단위로 움직일 때는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적군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대 단위로 움직일 때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내가 죽어도 아군이 적을 처치한 후 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류탄 한 번에 죽는 일은 막아야겠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제한이 아닌 혜택으로 접근해 분대 플레이를 유도했다.

 

 

 

 

많은 사람이 걱정했던 건축 시스템도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린다. 베타 플레이의 공중을 허우적거리는듯한 느낌 대신 실제로 모래주머니로 방벽을 쌓는 느낌이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효과는 좋다. Grondal은 건축 시스템에 대해 "샌드백 뿐 아니라 창문 너머의 벙커, 몸을 숨길 수 있는 작은 구덩이, 참호를 이용한 수비 거점과 나무 다리를 만들 수도 고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배틀필드 시리즈가 무언가를 '파괴'하는데 특화되어 있었다면, 이번 작에서는 새로운 구조물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명 전투 자체는 이전 작에 비해 가벼워졌다고 느낄 수 있다. 템포 역시 미묘하게 빨라진 느낌이다. 하지만, 전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감히 완벽하다 말할 수 있기에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하드코어한 것을 즐기는 게이머와 라이트한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이 나왔다.

 

정확한 도입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배틀필드 5에도 배틀로얄 모드가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Grandal은 이에 대해 "배틀로얄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진다. 다양한 차량은 물론 실시간으로 파괴되고 생성되며 변화하는 전장이 매번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5는 수작을 넘어 명작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못내 아쉬웠다. 이럴거면 차라리 게임이라도 못 만들던가. 너무 잘 만들어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배틀필드 5의 포지셔닝은 완벽하다. 하이퍼 FPS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 흔한 스킬 하나도 없이 정통 밀리터리 FPS의 적통을 잇는다. 게다가 배틀로얄 장르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장 구성과 대규모 전투는 배틀필드의 전공이다.

 

배틀필드를 둘러싼 악재를 극복하고 그 명성 그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