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白斑症, Vitiligo)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나타나는 탈색소 질환입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백색 반점과 백모증(모발 탈색)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백반증은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탈색소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0.5~1%에서 나타납니다.
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0~30세 사이에 가장 흔하고, 환자의 절반은 20세 이전에 발생합니다. 매년 6월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입니다. 이날은 백반증을 앓았던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날입니다.
김혜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멜라닌 색소는 피부색을 결정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백반증은 이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파괴되면서 피부가 탈색되고 흰색 반점이 생기는 피부질환”이라며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긴 하지만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색반점·백모증 특징…10~30세 사이서 가장 흔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백반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5만8880명으로, 2019년(6만5460명) 정점을 기록한 뒤 2020년(6만1451명)에 이어 두 해 연속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절대 환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백반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전적 소인, 자가면역(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것), 항산화능의 감소, 외부 자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족력은 약 30%에서 나타납니다. 원형탈모나 건선, 알레르기 질환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 증상은 피부 탈색과 모발 탈색(백모증)입니다. 경계가 명확한 백색 반점이 피부 어디에나 발생하고 머리카락, 눈썹, 속눈썹을 포함한 체모가 탈색돼 하얗게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손, 발, 무릎, 팔꿈치 등 뼈 돌출 부위나 입·코·눈 주위, 입술, 성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백반증은 피부 분절 등 국소적으로 한 부위에만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 피부 곳곳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이하게 반복적인 마찰이나 긁는 행위, 압력 등과 같은 물리적인 외부 자극에 영향을 받습니다. 목걸이나 벨트 착용 부위, 손, 팔꿈치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은 육안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실제 백반증 환자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백반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때문에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환자 5명 중 1명만 치료…병변 크기·진행도 따라 치료법 결정
백반증은 병변의 모양과 분포 등 임상 소견으로 진단합니다. 우드등 검사를 통해 색 변화를 확인하는 등 병변을 더 정확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임상 소견이 비전형적인 경우에는 피부 조직검사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갑상선 질환, 빈혈 등 동반 질환의 확인을 위해 병원 첫 방문 시 혈액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치료는 병변의 크기와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치료법은 약물치료, 광선치료, 피부 이식 등이 있습니다. 먼저 신체의 5% 미만을 침범한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나 칼시뉴린억제제(프로토픽, 엘리델 연고)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체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백반증에서는 광선치료가 주로 시행됩니다.
광선치료 중에서는 좁은파장자외선B(Narrow band UVB) 치료를 1주일에 2~3회 받거나,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표적 광치료(Targeted phototherapy)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병변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경우에는 단기간의 경구 스테로이드 요법을 적용합니다. 1~2년 동안 새로운 또는 커지는 병변이 없는 안정적인 백반증에는 펀치이식술, 흡입수포표피이식술, 세포이식술 등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최근에는 JAK 억제제가 백반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자외선노출·피부자극·스트레스 줄여야 예방하고 악화 막아
백반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다만 악화를 막기 위해 외출 시 자외선차단제를 꼭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는 등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부를 긁거나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고, 때를 밀거나 각질을 제거하는 습관은 중단해야 합니다. 목걸이 착용을 피하고 벨트를 느슨하게 하거나 신발을 너무 조이지 않게 하는 등 물리적인 자극 역시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문신 등의 시술은 그 부위에 백반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양인 백반증 환자의 경우 백반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피부암의 위험이 높다는 역학 연구가 있는 만큼 자외선 차단에 더 신경써야 합니다.
김혜성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백반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심신을 편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라며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하고, 비타민제와 같은 항산화제를 꾸준히 복용하거나 항산화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생활습관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우리 몸의 흰 반점, 무조건 ‘백반증’일까
멜라닌 생성 못하는 백반증
저색소피부질환과 비슷하지만
치료법 달라 정확한 진단 필수
대한백반증색소학회 자료에 따르면 백반증은 인종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인구의 0.5~2% 정도 유병률을 보이며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약 0.1%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백반증유병률, 한국인의 약 0.1%
백반증은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백인에게는 별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동양인의 경우 흰색이 두드러져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리적·정신적으로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김보리 교수는 “백반증은 초기에 치료받으면 광선치료나 도포제만으로도 치료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백반증과 저색소피부질환은 대부분 임상양상을 보고 감별할 수 있지만 발생초기나 모양이 전형적이지 않으면 감별이 어려운 사례도 있어 병변의 경과를 관찰하면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한백반증색소학회 배정민 기획정책이사는 “대부분 하얀 반점이 생기면 백반증을 의심하지만 저색소질환은 치료양상이 달라 두 질환을 정확히 구분해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반증, 색소 완전 소실된 ‘탈색소질환’
백반증은 탈색소질환으로 멜라닌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해 피부색이 하얗게 보이는 질환입니다. 이들은 임상양상과 우드등, 피부조직검사, 색소측정 등을 통해 진단되며 일반적으로 양쪽에 대칭적으로 관찰됩니다. 신체 어느 부위에나 발생하지만 입 등 구멍 주위, 뼈 돌출부위에 자주 나타나며 병변의 털이 탈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반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산화스트레스 ▲외상 ▲화학물질 등이며 도포제, 경구약, 엑시머 레이저, 광선치료 및 수술로 치료합니다.
김보리 교수는 “백반증의 경우 진행이 멈췄다가 재발하면 처음보다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기적으로 병변을 꾸준히 체크하고 질병활성도를 조기에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반증과 구별 필요한 ‘저색소질환’
백반증과 비슷하지만 헷갈리는 저색소질환으로는 ▲백색비강진 ▲염증 후 저색소침착 ▲탈색모반 ▲특발성 물방울모양 저색소증 ▲어루러기 ▲스테로이드주입 후 저색소침착 등이 있습니다. 색소가 완전히 없어진 백반증과 달리 모든 병변에 색소가 일부 남아 있습니다. 백반증과는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질환별로 치료방법이 달라져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배정민 이사는 “저색소질환의 경우 육안으로는 감별하기 어려워 우드등 검사는 물론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백반증과 저색소질환을 정확히 감별한 다음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저색소질환 중 백색비강진은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을 철저히 하고 강한 자외선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발성 물방울모양 저색소증도 강한 햇빛을 피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TIP. 백반증과 구분되는 저색소질환
▲백색비강진 : 일명 버짐이라고도 불리며 햇빛노출부위가 많은 소아에서 많이 발생. 백반증과 달리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
▲염증 후 저색소침착 : 외상, 피부염증, 레이저치료 후 발생.
▲탈색모반 : 출생 시 발생하며 몸의 한쪽에만 나타나고 반점크기가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
▲특발성 물방울모양 저색소증 : 물방울 모양의 하얀 반점이 일정하게 나타나며 주로 노인에서 발병.
▲어루러기 : 곰팡이가 원인이며 가슴, 겨드랑이, 목 등에 나타나는 미세한 인설이 특징. 고온다습한 여름에 자주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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